• [국민일보 글로벌명의]실명 부르는 망막질환 급증 추세

내용

• #“당신의 눈이 멀고 있다”… 실명 부르는 망막질환 급증 추세
  #인구 고령화가 주원인… 조기발견 노력과 맞춤 예방교육 필요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신체 기능이 약해지는 퇴행성 변화가 찾아온다. 눈은 그 중에서도 노화 현상이 빨리 나타나는 부위다. 누구든지 40대 이후부터는 눈 건강, 특히 사물 인식 과정에서 광학센서 역할을 하는 망막 보호를 위해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망막의 최대 위험 요인은 노화와 당뇨병이다. 1억 개 이상의 광수용체세포와 100만 개 이상의 시신경세포로 이루어진 조직이 노화로 인한 퇴행성변화로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연령관련(노인성) 황반변성’과 당뇨망막증이 대표적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안과 망막클리닉 윤창기 교수는 24일, “두 질환 모두 발병 초기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눈치 채기가 쉽잖다”며 “어느 날 갑자기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아 안과를 방문, 검사를 해보고 나서야 발병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윤창기 교수의 도움말로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연령관련 황반변성과 당뇨망막증, 미숙아망막병증을 예방하려면 어떤 증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윤 교수는 “무엇보다 조기에 발견, 대책을 강구할 경우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음에도 치료시기를 놓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황반변성, 인지도 낮아 노안으로 방치 실명으로 이어져= 황반변성은 시신경이 밀집해 있는 망막의 중심부(황반)가 변성돼 초점이 일그러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황반은 망막 내 시세포가 밀집돼 색깔을 구별하는 등 우리 시력의 90%를 책임지는 부위다.
  사람이 신체활동을 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사물을 보기 때문에 신체 어느 부위보다 대사 활동과 피로도가 높아 노폐물이 쌓이기 쉽고, 그 노폐물이 망막 내 미세혈관들을 손상시켜 황반변성을 일으킨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노폐물을 거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고령자일수록 황반변성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황반변성 환자 수는 2014년 10만1694명에서 2018년 17만7355명으로 최근 5년간 무려 74%가 증가했다. 연령대별 분포는 60대 27.3%, 70대 41.3%, 80대 20.4%로, 60세 이상 고령자가 10명 중 9명꼴이었다.
  황반변성은 병세가 깊어질수록 시력저하는 물론 물체가 뿌옇게 보이거나 직선으로 된 사물이 휘어져 보이고, 사물의 중심에 검은 점이 보이게 된다. 환자가 이런 증상을 느낄 때는 이미 병이 꽤 진행돼 그대로 방치 시 빠른시일 내에 실명 위험이 높아진다.
  황반변성은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신생혈관에 의해 망막내 삼출이 발생하여 신경이 손상되는 ‘습성’ 변화 없으 서서히 변성되어 가기에 건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진행 속도가 느려 잘 모르고 지내다 안과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황반 중심부를 침범하지 않더라도 환자들은 눈이 침침하고, 책 읽기가 힘들어졌다고 호소한다. 건성 황반변성에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현재로선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눈 영양제를 복용하도록 권하는 정도가 최선의 처방이다.
  습성 황반변성은 이보다 더 시급을 요한다. 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치료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상 신생혈관이 혈장 성분을 흘려 황반부에 물이 차거나, 출혈을 일으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실명 위험이 높으므로 발견 즉시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안구 내 항체주사, 광역학치료, 레이저치료 등으로 한다. 안구 내 항체주사는 신생혈관의 혈장성분 누출과 출혈을 막고, 신생혈관의 성장을 막아 시력을 유지시키는 방법이다. 첫 주사치료는 한 달 간격으로 총 3회 실시한다. 그 후 환자의 눈 상태에 따라 추가 주사 여부를 결정한다. 1년에 적게는 2~3회, 많게는 8회 이상 추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방을 위해선 금연이 필수다. 흡연은 황반변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위험인자로 꼽힌다. 적절한 체중관리와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안이 시작되는 40세 이후 안과 정기검진이다. 무엇보다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시야 흐리고 어둡게 보인다면 당뇨망막병증 의심을= 황반변성과 더불어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망막질환이 당뇨망막증이다.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가 혈당조절이 잘 안 될 때 합병증으로 발생하기 쉬운 병이다. 고혈당으로 약해진 눈 속 혈관에서 출혈을 일으키거나 혈액 속의 지방성분이 혈관을 빠져나와 망막에 쌓이면서 시력을 떨어트린다.
  황반변성 때처럼 비정상적인 혈관이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들 신생혈관은 정상 혈관보다 많이 약해서 쉽게 파열, 출혈로 이어지기 일쑤이다. 이런 증상은 당뇨 환자의 약 40%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 환자 수는 2013년 약 231만 명에서 2017년 약 284만 명으로 5년 새 2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뇨망막증 환자 수는 약 27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약 28%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망막증 역시 초기엔 별다른 이상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따라서 당뇨 환자라면 평소 시력에 아무 변화가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 망막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소위 당화혈색소 수치가 정상범위에 해당된다고 해도 망막은 한번 망가지면 복원이 불가능하므로 안과 검진 및 치료를 절대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당뇨망막증을 막는 최고의 길은 혈당 조절이다.
  그런데도 망막병증이 생겼다면 망막혈관 상태등을 보고 어떤 치료를 할지 결정한다. 오랜 기간 주된 치료 방법으로 사용되어온 범망막광응로 레이져 치료와 더불어, 중심 시력을 감소시키는 황반부종은 국소 레이저치료나 안구내 주사로 치료하게 된다, 견인성 망막박리나 유리체출혈 등의 경우 유리체절제수술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른둥이에게 흔한 미숙아망막병증도 경계해야= 한편 망막질환에서 꼭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미숙아망막병증’이다. 시험관아기 시술 및 35세 이상 고령 출산 증가 등의 영향으로 출생 시 체중이 2.5㎏ 미만의 저체중아와 재태 기간이 37주도 안 되는 이른둥이에게 생기는 눈병이다.
  출생 후 망막혈관 형성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섬유혈관이 생긴 탓으로 망막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실명 위기에 빠지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재태 기간이 짧을수록, 출생 시 체중이 낮을수록 미숙아 망막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고 중증도도 심하다.
  주로 성인에게 생기는 질환의 경우 환자 자신이 증상에 따른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지만, 저체중아(미숙아)나 이른둥이들은 눈이 불편해도 의사 표현을 못한다. 이는 의사가 검사를 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른둥이의 경우 미숙아망막병증 발생 가능성을 감안, 반드시 안저검사를 해봐야 하는 이유다.
  윤 교수는 “미숙아망막병증을 앓고 있는 손바닥크기의 이른둥이 저체중아들의 눈을 치료할 때면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이전글 : 하루 2잔 이상 커피 마신 사람의 뇌, 치매 유발물질 적어

• 다음글 : 로봇 갑상선 수술, 흉터 덜 생기고 회복도 빨라

• 목록